쿠키런 킹덤+쿠키런 오븐 브레이크
우유닼초합작

◆ 샴푸 님 ◆
어느 날의 이야기
다크초코 쿠키가 신생 왕국에 정착하기로 한 날, 그를 보고 품안 가득 우유 우물에서 길은 우유단지를 떨어뜨린 우유맛 쿠키가 “다크초코 쿠키님!”하고 달려들어 그를 안았다. 우유맛 쿠키의 목소리를 들은 자색고구마맛 쿠키는 롤케이크 나무를 패던 도끼를 그대로 들고 뛰어 나와선 “다크초코 쿠키라고?! 어디?!”하며 난리를 피우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서 이마에 큰 혹이 생겼다.
이게 대체 무슨 소란인가 어안이 벙벙해져 할 말을 잃은 어른 쿠키들 사이에서 아직 어린 쿠키들만이 배꼽을 잡고 웃었다.
“만나고 싶었어요!”
우유맛 쿠키의 우람한 팔뚝이 다크초코 쿠키의 몸을 꽈악 사로잡았다. 갑갑했지만 생각지 못하게 받은 환영인사에 다크초코 쿠키가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아직 옷깃을 여미고 싶어지는 쌀쌀한 겨울바람의 기세가 든든했지만, 녹기 시작한 땅에서 갓 새순이 피어오른 날의 일이었다.
-
“다크초코 쿠키님!”
우유맛 쿠키는 동경하던 임을 드디어 만났다며 항시 그의 주위를 떠돌았다. 아침이 되면 그의 모습부터 찾아 인사를 하고 밥 때가 되면 그가 먹을 것까지 한가득 도시락을 싸 왔다. 조금이라도 그의 신변에 이상이 있을세라 항상 주의를 기울였고 무언가 곤란에 빠진 것 같으면 모든 걸 제쳐두고 그의 곤란을 먼저 해결하기 위해 나섰다.
아주 사소한 것도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 다크초코 쿠키가 어디 있는지 그간 그가 어떻게 지내고 별 일은 없는지 우유맛 쿠키에게 물어보면 충분하다는 이야기는 우스갯소리가 아니었다. 우유맛 쿠키의 중심엔 언제나 다크초코 쿠키가 있었다.
“그래서 저도 유리꽃 부케를 만들어보고 있는데, 이게 섬세한 작업이 많아서 잘 안되더라구요. 어제도 실패해 버렸어요.”
“그래.”
“다크초코 쿠키님은 뭐든 잘 하실 것 같아요. 유리꽃 부케 같은 섬세한 작업도 잘 하시겠죠?”
“나도 그런 섬세한 건 잘 못하는 편이다.”
“그럼 저희 똑같네요!”
억지로 화제를 끌어올려 만든 공통점이었지만 그래도 공통점이 있다는 게 기뻤다. 우유맛 쿠키가 웃었다. 기분 좋게 들어 올린 컵에 담겨 있던 우유가 다 떨어진 게 보였다. 다시 채워야 겠다. 우유맛 쿠키는 자기 것을 채우는 김에 다크초코 쿠키의 것도 챙기려 그의 컵에 시선을 옮겼다. 컵에 담겨 있던 커피가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다크초코 쿠키님. 커피 조금 더 드릴까요?”
“…….”
우유맛 쿠키가 말을 걸었지만 다크초코 쿠키는 듣지 못한 것처럼 가만히 시선을 내리깔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계속 저만 끊임없이 말을 걸었다. 다크초코 쿠키는 평소부터도 말이 많은 편이 아니어서 대화를 주도하는 건 언제나 우유맛 쿠키이긴 했지만, 지금처럼 대화가 끊어진 적은 없었다.
“다크초코 쿠키님? 혹시 뭔가 고민이라도 있으신가요?”
“……우유맛 쿠키.”
“네.”
“갑자기 이런 말을 해서 미안하다만……, 앞으로는 거리를 조금 두는 편이 좋겠다,”
“…네?”
“네 마음은 고맙다만 지금 거리는 너무 가까운 것 같구나.”
“저, 제가 혹시 다크초코 쿠키님을 불편하게 해 드렸나요?”
너무 만나고 싶어서, 꼭 다시 만나고 싶어서 여행길에 오르기까지 했다. 그런만큼 우유맛 쿠키에겐 다크초코 쿠키를 드디어 만났다는 기쁨이 강했다. 지금 우유맛 쿠키는 매일 매일이 즐거웠다. 내일 눈을 뜨면 다크초코 쿠키님을 또 만날 수 있어. 자고 일어나면 다크초코 쿠키님과, 다크초코 쿠키님을, 다크초코 쿠키님, 하고 머릿속이 그로만 가득했다.
“야, 나도 다크초코 쿠키 녀석을 참 만나고 싶어 하긴 했다만, 널 보면 내 욕망은 아무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야.”
이마에 혹만 얻고 고대하던 다크초코 쿠키와의 결투는 성사되지 못해 우유맛 쿠키와 함께 한동안 그를 쫓아다니던 자색고구마맛 쿠키가 우유맛 쿠키를 보며 혀를 내둘렀다. 어떻게 매 순간 정말 단 한 순간도 빠뜨리지 않고 그렇게 맹목적일 수가 있냐.
“그치만 너무 기쁜 걸요. 다크초코 쿠키님을 드디어 만났단 말이예요. 계속 만나고 싶고 인사하고 싶고 이야기도 나누고 싶어요.”
제방에 세워두었던 둑이 무너져 내려 홍수를 일으키는 것처럼 우유맛 쿠키의 마음은 폭주상태였다. 우유맛 쿠키가 막연하게 응시하던 목표는 다크초코 쿠키를 만남으로써 뚜렷한 모습을 갖춘 형태가 되었다. 우유맛 쿠키의 삶에서 존재하는 목표라는 단어를 의체화한다면 그게 바로 다크초코 쿠키였다.
하지만 역시 너무 자기 자신만 생각했나 보다. 우유맛 쿠키는 들뜬 마음을 반성했고, 혹여나 다크초코 쿠키에게 미움 받게 된 건 아닌지 의기소침해졌다.
다크초코 쿠키는 표정을 흐린 우유맛 쿠키를 빤히 바라보다가 손을 들어 그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쓸어주었다. 어른이 어른에게 할 행동은 아니었다. 어쩌면 굉장히 무례할 수도 있는 행동이었지만 우유맛 쿠키는 그의 마음씀씀이가 고맙고 미안했고, 스스로 아이 취급 받는 상황을 만들어 버린 게 민망했다.
“네 잘못이 아니란다. 그저 내가 너를 좋아하게 되어버려서, 그래서 그렇다.”
“네…. ……네?”
“너는 그렇지 않을 것을 안다. 너의 호의를 내가 모르지 않아. 그래서 지금 이 거리감은 조금 내게는 벅차구나.”
우유맛 쿠키가 눈을 깜빡였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말은 뻑뻑한 호밀빵을 우유 없이 마구 씹어 삼킨 것처럼 소화가 잘 되지 않았다.
“그러니 나에게도 다른 이들처럼 대해줬으면 좋겠다. 미안하다, 우유맛 쿠키.”
다크초코 쿠키가 살짝 미소 지었다.
-
다음날 아침, 습관처럼 다크초코 쿠키가 있는 곳을 먼저 찾아보려던 우유맛 쿠키는 어제의 일을 상기하고 걸음을 멈췄다. 미안하다는 한 마디와 그가 남긴 부탁까지. 우유맛 쿠키는 가던 길을 돌아 쿠키 하우스 앞에 마련해둔 벤치에 앉았다.
헤어질 때 보여준 그 미소는 그가 왕국에 정착한 이후 처음으로 웃은 거였다.
우유맛 쿠키가 처음 다크초코 쿠키를 만났을 때 그는 아직 어리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젊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호기로운 미소가 매력적인 쿠키였다. 하지만 다시 만난 다크초코 쿠키는 한 번도 웃지 않았다. 아니, 웃음뿐 아니라 희로애락의 모든 감정이 그의 얼굴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제와 돌이켜 보면 그래서 더 야단법석을 떨었던 것 같기도 하다, 어젯밤 잠은 잘 잤는지, 지금 먹는 음식이 맛은 있는지, 이곳이 지내기에는 좋은지, 어디 불편한 건 없는지.
다크초코 쿠키는 딱히 미련이란 것이 없어 보였다. 무표정한 얼굴은 그 증거처럼 느껴졌다.
그랬던 그가 작은 미소라도 지어 주었으니 안심해야 맞는데.
다크초코 쿠키가 흘린 미소는 부드럽고 따뜻했지만 노을을 닮았다. 그는 저에게 다른 이들처럼 대해달라며 그렇게 웃었다.
-
우유맛 쿠키가 젤리빈 농장에 물을 주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잼파이 레스토랑 앞에서 쿠키들이 여럿모여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궁금증이 생긴 그가 들여다보니 안쪽에서는 새로운 신작 메뉴가 나왔다며 홍보가 한창이었다.
“다들 한 번 먹어봐! 내일부터 개시하는 신작 메뉴라구!”
당근맛 쿠키가 작게 조각낸 햄버거를 모여 있는 쿠키들에게 돌렸다. 때마침 우유맛 쿠키에게도 순번이 돌아왔다. 그는 직접 기른 달콤한 당근이 들어갔다며 쾌활하게 웃는 옆에서 한입에 넣고 맛을 음미했다.
“맛있어요!”
“그렇지?!”
곳곳에서 이어지는 칭찬에 당근맛 쿠키가 어깨를 으쓱했다. 당근이 들어갔다고 해서 건강한 맛일 줄로만 알았는데. 자신의 편견을 반성한 우유맛 쿠키는 내일 꼭 먹으러 와야겠다고 생각하며 귀가 길을 서둘렀다. 벌써 하늘에는 노을이 지고 있었다.
“아.”
“우유맛 쿠키?”
“다크초코 쿠키님!”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었다. 우유맛 쿠키가 애써 그를 찾지 않으니 생각보다도 그들의 동선은 좀처럼 겹치지 않았다. 우유맛 쿠키가 서쪽에서 일을 하면 다크초코 쿠키는 그 반대쪽이고, 우유맛 쿠키가 반대쪽에서 일하고 있다면 다크초코 쿠키는 기구를 타고 탐사를 나갔다던가 하는 식이었다. 우유맛 쿠키는 다른 쿠키들의 입을 통해 그의 소식을 들었다. 서운하고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마음이 드는 것이 이상한 일이었다. 우유맛 쿠키는 그제야 자신이 얼마나 다크초코 쿠키에게 집착하고 있었는지 깨달았다. 그래서 더욱 일부러 찾지 않으려 했다. 그랬기에 이런 우연한 만남은 우유맛 쿠키에게 생각 이상으로 큰 반가움으로 다가왔다.
“오랜만이예요!”
“그렇구나.”
아, 또 웃었다.
다크초코 쿠키도 자신을 만나 기뻐해주고 있는 걸까. 우유맛 쿠키는 뒷목을 긁적이며 그에게 다가갔다. 다크초코 쿠키의 미소는 여전히 그의 등 뒤에 있는 저 노을하늘을 닮았지만 무척 아름다웠다.
그동안 잘 지냈냐는 안부가 오고 갔다. 우유맛 쿠키는 오늘은 젤리빈 농장에서 물을 주는 일을 했다고 했고, 질문에 다크초코 쿠키는 자신은 오늘 젤리베리 농장에 있었다고 했다.
오늘은 둘 다 물을 주는 일을 했구나. 우유맛 쿠키는 위치는 달라도 같은 일을 했다는 것에 여느 때처럼 동질감을 느꼈다. 무엇보다 의도치 않게 ‘같다’는 것이 기뻤다.
“아, 맞아요. 지나오는 길에 잼파이 래스토랑에서 신작이 나왔다고 홍보를 하더라구요. 저도 때마침 시식을 해 봤는데 정말 맛있었어요. 내일,”
그동안 못한 대화를 푸는 중에 습관처럼 같이 가자는 이야기를 하려던 우유맛 쿠키가 멈칫했다. 다크초코 쿠키의 부탁을 듣기 전이었다면 의식하지 않고 꺼냈을 이야기였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다크초코 쿠키는 정중하게 우유맛 쿠키에게 다른 쿠키들처럼 자신을 대해달라고 부탁했다. 손 깃만 스쳐도 상처 입을, 부드러운 속마음을 내비쳐가면서까지.
그런 그의 마음을 우유맛 쿠키는 짓밟으면 안 되었다.
“……내일, 부터 판매를 시작한대요. 다크초코 쿠키님도 시간되시면 한번 드셔 보세요.”
“그래.”
다크초코 쿠키와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어느새 해는 저물고 어두운 밤이 찾아왔다. 달도 뜨지 않은 밤이었다.
-
“맛있긴 하네.”
자색고구마맛 쿠키가 당근이 들어간 햄버거를 우적우적 씹었다. 햄버거에 당근이라니 맛이 있을리냐 있냐던 그를 우유맛 쿠키가 꼬셔서 데리고 왔다. 절대 맛없을 거라 호언장담하더니 추가 결제까지 해서 산더미로 쌓였던 햄버거는 이제 빈 포장지가 산을 이루고 있었다.
“어라, 다크초코 쿠키 아냐, 저거?”
마지막 포장지를 뜯고 하나를 더 시킬까 고민하던 자색고구마맛 쿠키의 시야에 시커멓고 커다란 형체가 들어왔다. 다크초코 쿠키였다. 때마침 나온 햄버거 포장지를 받아든 모습을 신기하게 바라보던 자색고구마맛 쿠키는 이번에야말로 한판 붙어야겠다 결심하고 다크초코 쿠키를 불렀다.
“이봐, 다크초코 쿠키! 오늘이야말로 나랑 한판 붙자!”
“난 이제 누구와도 싸움을 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을 텐데.”
“죽이니 살리니 하자는 게 아니잖아! 그냥 한 판 붙어보자고! 난 널 쓰러뜨리고 최고가 되고 싶단 말이다!”
“…네가 정 그렇다면 다음에 하도록 하지.”
“오, 드디어! 그 약속 꼭 지켜라, 너!”
자색고구마맛 쿠키가 통쾌하게 웃었다. 그는 기분 좋게 남은 햄버거를 마저 씹어 삼켰다.
“그나저나 이런 데서 보다니 별 일이군. 이런 거 좋아했나?”
다크초코 쿠키가 들고 있는 봉투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자색고구마맛 쿠키가 물었다.
“맛있다는 소리를 들어서 말이야.”
다크초코 쿠키가 웃으며 대답했다. 자색고구마맛 쿠키는 깜짝놀라 그대로 얼어붙었다. 웃다니. 저 음침하게 무표정한 녀석이 웃다니.
가게를 나가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고도 한참 동안 자색고구마맛 쿠키의 혈색은 돌아오지 못했다. 그에게 다크초코 쿠키의 웃음이란 천지가 개벽할 정도로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와, 저 녀석, 웃을 줄도 알았어? 완전 어두컴컴한 녀석인 줄 알았는데?”
그러고 보니 벌써 호들갑을 떨어도 떨었을 녀석이 이상하게 잠잠했다. 자색고구마맛 쿠키는 마주 앉아 있던 우유맛 쿠키를 바라보았다.
“야, 우유맛 쿠,”
“저, 먼저 좀 일어날게요.”
부르기가 무섭게 일어나 가게를 나서는 뒷모습이 묘하게 뜨거웠다. 자색고구마맛 쿠키는 떨떠름하게 턱을 긁었다. 이상하게 등골이 오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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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맛 쿠키는 온 왕국을 정신없이 달렸다. 생각이 방향을 잃고 무작위로 튀었다.
자색고구마맛 쿠키와는 같이 할 수 있는 것을, 왜 다크초코 쿠키와는 하면 안 되는 걸까.
너무 거리가 가깝다고 했다. 그 거리가 부담스럽다고 했다. 우유맛 쿠키는 납득했다. 상대를 생각하지 않는 과한 관심과 접근에는 자각이 있었다. 그래서 매일 아침 다크초코 쿠키를 찾아가던 것을 그만두었다. 애써 그를 생각하는 빈도를 줄였다. 그에게 찰싹 달라붙어 그의 시간을 뺏는 일도 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간섭하고 관심을 두고 싶은 마음을 눌렀다.
‘다크초코 쿠키님도 시간되시면 한번 드셔 보세요.’
‘그래.’
우유맛 쿠키가 권한 것을 다크초코 쿠키는 잊지 않고 챙겼다.
그런 거라면 처음부터 같이 하자고 권해도 괜찮지 않았을까. 자색고구마맛 쿠키와 약속을 잡은 것처럼, 그렇게. 겨우 그 정도의 거리가 과연 그에게 민폐가 되었을까. 아마도 그랬겠지. 그걸 알았기에 우유맛 쿠키는 다크초코 쿠키에게 같이 가자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 날 다크초코 쿠키는 별 것 아닌 것처럼 담담하게 말했지만 그가 한 말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그러니 배려해야 맞았다. 존중해야 했다.
하지만.
‘저 녀석, 웃을 줄도 알았어?’
어쩌다 만나면 인사를 하고, 그동안 어찌 지냈나며 안부를 묻고, 그 대화 속에서 좋은 일이 있었다면 뒤늦은 축하를 하고, 좋지 않은 일이 있었다면 뒤늦게 위로를 하고.
친구는 아니지만 적당히 잘 아는 사이.
단순히 같은 왕국에 사는 아는 사이.
다크초코 쿠키가 원하는 거리란 그런 것이다. 그리고 그 거리에 안주하고 나면 언젠가는 다크초코 쿠키가 이전처럼 웃을 수 있게 되어도 그 옆에 우유맛 쿠키는 존재하지 않는다.
전속력으로 달리던 우유맛 쿠키의 속도가 점차 느려졌다. 습기 찬 축축한 공기가 묵직하게 내려앉아 어깨를 짓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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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맛 쿠키?”
“약속 없이 갑자기 죄송해요, 다크초코 쿠키님.”
잠을 이루지 못해 붉어진 눈으로 우유맛 쿠키가 다크초코 쿠키의 쿠키 하우스를 방문했다. 갑작스러운 방문에도 다크초코 쿠키는 우유맛 쿠키가 들어올 수 있게 몸을 한 발 뒤로 물리고 문을 활짝 열었다.
우유맛 쿠키의 눈동자가 저에게 허락된 공간을 맴돌았다. 가만히 서서 움직일 생각도 않는 우유맛 쿠키를 보고 다크초코 쿠키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왜 그러지?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건가?”
“다크초코 쿠키님.”
“그래.”
많은 생각을 했다. 다크초코 쿠키가 보여준 정제된 마음과 단 한번도 정리해 본 적 없는 자신의 뒤죽박죽에 들쑥날쑥한 날 것의 마음. 정리되지 않았기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마음은 대체 어디에서 방황하고 있는 건지.
우유맛 쿠키는 다크초코 쿠키가 좋았고, 그를 동경했고, 그에게 자랑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고, 다시 만나고 싶었다. 그의 도움이 되고 싶었고, 그에게 신뢰받고 싶었다.
염원은 이루어져 그를 다시 만났다. 그에게 자신이 얼마나 자랑스러운 모습일지는 모르나 허튼 길을 가고 있지 않다는 자각은 있었다. 그는 이제 검을 들지 않으니 그런 의미로 그의 도움이 되지는 못하겠지만 그를 도와주고자 한다면 얼마든지 손을 빌려줄 수도 있게 되었다. 그러면 그가 저를 신뢰하는가? 적어도 믿지 못하는 존재는 아니었다.
그렇다면 자신은 다크초코 쿠키의 앞에서 되고 싶었던 모든 것을 이룬 것이 아닌가. 그런데도 왜 이렇게 안절부절 못 하고 있는 걸까.
새벽이 되면 어둠이 걷히고 아침이 되면 해가 높이 떠오른다. 당연했다. 우유맛 쿠키는 떠오르는 해를 빤히 바라보며 그 당연한 것을 생각했다.
“저랑, 사귀어주세요, 다크초코 쿠키님.”
“…우유맛 쿠키?”
“좋아합니다.”
아직 서투름이 완전히 가시지 않아 어딘가 어설픈 유리꽃 부케를 앞으로 내밀며 우유맛 쿠키가 고백했다.
모든 것은 이유에 지나지 않았다. 다시 만나고 싶은 것은, 그것만을 위해 여행길에 오른 것은 어릴 때 입은 은혜를 갚기 위한 것이 아니었고 당당히 그의 옆에 서기 위해서였다. 어깨를 맞대고 같은 곳을 바라보며 올곧은 일을 하고 싶어서였다. 그리고 이 조차도 결국엔 붙인 이유였다.
“단순한 동경만으로는 이런 독점욕이 생기지 않아요. 혹시 몰라 미리 말씀드리는 건데 절대로 착각이 아니예요. 저도 많이 생각했어요.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우유맛 쿠키.”
많은 생각을 하고, 겉에 달라붙어 있던 수많은 이유를 걷어내고, 그러자 드러나는 건 해가 뜨고 날이 밝아지듯 당연하고 선명했다.
“저는 다크초코 쿠키님의 옆에 있고 싶어요. 가장 가까운 곳에서 가장 가까운 존재가 되고 싶어요. 저는 다크초코 쿠키님과 마주보고 웃고 싶고 저만이 다크초코 쿠키님께 특별했으면 좋겠어요. 다른 누구도 아닌 제가.”
“…….”
“당신과 무엇이든 함께하고 싶어요.”
기세는 긴장으로 바뀌고 뒤늦게 얼굴이 달아올랐다. 유리꽃 부케를 든 손이 떨리고 목소리도 떨렸다. 이마에 송골송골 올라와 맺힌 땀이 관자놀이를 타고 흘렀다.
검을 버려 저주에서 벗어난 다크초코 쿠키의 눈에도 보이는 밝은 태양이 머리꼭대기에서 빛났다. 부드럽지만 단단한 다크초코 쿠키의 손이 우유맛 쿠키의 손에 얹혔다.
매미가 합주를 하고 뜨거운 볕이 내리쬐는 날의 일이었다.







